About
다마가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덴엔초후의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은 언덕길이 있다. 그 이름은 ‘도리코노 언덕’이다. 완만하게 굽이치며, 푸르른 덴엔초후 세세라기 공원 옆을 지나가는 이 언덕길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할 듯한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쇼와 초기, 이 언덕 근처에 ‘도리코노’라는 이름의 청량음료를 개발한 의학박사 다카하시 고타로가 거주하게 되면서, 어느새 사람들은 이 길을 ‘도리코노 언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이케야마 언덕’이라 불렸으나, 박사의 업적과 함께 새로운 이름이 정착되었다.
‘도리코노’는 과당과 포도당을 주성분으로 한 호박색의 자양음료로,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었다. 1931년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연간 220만 병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시 중 설탕 통제령으로 인해 제조가 중단되었고, 그 이름은 역사 속에 묻히게 되었다.
현재 도리코노 언덕을 걷다 보면, 한쪽에는 덴엔초후 세세라기 공원의 풍부한 녹음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는 조용한 주택가가 이어진다. 언덕길은 총 길이 약 130미터, 고저차 3미터, 평균 경사 1.3도로, 완만한 경사라 걷기 편하다. 중간에 ‘く’자 모양으로 꺾이는 형태가 길을 걷는 이들에게 변화를 주며, 지루할 틈 없는 풍경을 제공한다.
언덕 중간, 한때 박사의 저택이 있던 자리에는 지금도 그 흔적을 느끼게 하는 고요함이 감돈다. 주변의 주택들은 넓은 부지에 세워져 있고, 녹음에 둘러싸인 그 모습은 마치 도심의 소란에서 분리된 또 다른 세계 같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물드는 이 언덕길은 사계절마다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며,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도리코노 언덕을 다 내려가면, 다마가와의 흐름이 가까이 느껴지고, 강 위를 건너는 바람이 상쾌하다. 한때 이곳에서 탄생한 ‘도리코노’라는 음료가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었던 것처럼, 이 언덕길도 걷는 이들에게 조용한 치유와 활력을 전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기면, 도리코노 언덕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을 잇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조용하면서도 풍부한 이야기를 간직한 이 언덕길은,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