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키 시장

교토의 부엌

About

교토의 심장부, 중교구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390미터 길이의 좁은 골목길에는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니시키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며, 신선한 해산물, 제철 야채, 전통적인 교토의 식재료들이 가득한 곳이다.

니시키 시장의 기원은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의 풍부한 지하수는 신선한 생선을 보관하기에 이상적이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어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1615년, 에도 막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어시장으로 인정받은 이후, 시장은 점차 확장되어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렀다.

시장에 들어서면, 붉고 녹색과 노란색의 화려한 아케이드 지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지붕은 1993년에 설치되어, 부드러운 빛이 시장을 가득 채우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닥은 조약돌로 포장되어 있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연출한다.

시장 양옆으로는 약 130여 개의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신선한 해산물, 교토 특산 야채, 두부, 유바, 절임류, 전통 과자 등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들이 진열되어 있다. 각 상점들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문 지식과 기술로 고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며, 이는 교토의 식문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니시키 시장은 단순한 식재료 판매처를 넘어, 교토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에도 시대의 기발한 화가 이토 자쿠추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가족은 이 시장에서 채소 도매업을 운영했으며, 자쿠추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채소와 생선들을 접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오늘날 시장 곳곳에는 그의 작품들이 장식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그의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시장 동쪽 끝에는 '니시키 텐만구' 신사가 위치해 있다. 이 신사는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며, 학업 성취와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이들로 붐빈다. 신사 경내에는 '니시키노 미즈'라 불리는 명수가 흐르며, 이는 지하 30미터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물로, 방문객들은 이 물을 마시며 소원을 빌곤 한다.

니시키 시장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봄에는 벚꽃을 활용한 디저트, 여름에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가을에는 감과 같은 제철 과일, 겨울에는 따뜻한 전골 요리 등이 시장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계절별 변화는 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교토의 삶과 문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니시키 시장을 거닐다 보면, 교토 사람들의 일상과 전통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으며, 이는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