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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전설로 뒤덮인 라이잔(雷山)의 푸른 품 안에 자리 잡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는 역사의 속삭임이 나뭇잎의 바스락거림과 함께 메아리친다. 이곳이 바로 수 세기 동안 고요함과 영적 안식을 지켜온 절, 센뇨지 다이히오인(千如寺大悲王院)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공기가 점차 서늘해지며 고목 삼나무의 흙내음과 멀리 흐르는 개울의 졸졸거림이 느껴진다. 이 길 자체가 하나의 순례이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수록 성스러움과 자연이 완벽히 어우러진 세계로 여행자를 인도한다.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웅장한 산몬(山門)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재 기둥과 섬세한 조각은 오랜 세월을 견뎌낸 장인의 손길을 이야기한다. 문을 지나면 마치 정성껏 그려진 그림처럼 펼쳐지는 경내에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경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웅장한 '오카에데(大楓)'라는 단풍나무이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이 나무는 400여 년 전에 후쿠오카 번주인 구로다 쓰구타카(黒田継高)에 의해 심어져, 흐르는 시간을 증언하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되었다. 가을이 되면 잎들이 화려한 빨강과 주황색의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여 경내를 따뜻하게 물들이며, 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먼 곳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사찰의 건축물은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본당(本堂)에는 높이가 4미터가 넘는 경건한 분위기의 '목조 십일면천수천안 관세음보살 입상(木造十一面千手千眼観世音菩薩立像)'이 모셔져 있다. 수많은 손과 눈은 관세음보살의 끝없는 자비와 통찰력을 상징하며 종교 예술의 걸작이다. 본당 옆에는 '신지 정원(心字庭園)'이 펼쳐져 있다. '마음(心)'이라는 글자 형태로 조성된 이 연못 정원은 무로마치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고요한 연못 수면은 하늘과 주변 나무들을 비추며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평온한 풍경을 만들어내 방문자들에게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경내를 더 나아가면 '오백나한(五百羅漢)'을 만날 수 있다. 이 오백 개의 석상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은 제자들을 표현하고 있으며, 각각의 상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완만한 언덕에 늘어선 석상들은 침묵 속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멈추고 귀 기울이는 이들에게 오래된 지혜를 조용히 전하는 듯하다. 센뇨지 다이히오인의 창건은 17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도 출신의 승려 세이가 쇼닌(清賀上人)이 세이무 천황(成務天皇)의 후원을 받아 이 절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 절은 수 세기에 걸쳐 역사적 변천과 왕조의 교체 속에서도 정신적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다해왔다. 센뇨지 다이히오인의 고요함 속에서는 현대의 소란스러운 세계가 멀게만 느껴지며, 나뭇잎의 바스락거림과 가끔 울리는 종소리만이 들려온다. 고목들과 신성한 전각들 속에서 방문객들은 잠시나마 평온을 찾고, 과거와의 연결을 느끼며, 어쩌면 영원의 일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