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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새벽, 하늘은 아직도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지 못한 채, 희미한 빛만이 지옥의 문턱을 비추고 있다. 이곳은 일본 홋카이도 노보리베츠시에 위치한 지옥계곡, 지고쿠다니(地獄谷)다. 대지의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유황의 향기가 공기를 가득 채우며, 땅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피부를 스친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와 시야를 가린다. 땅은 붉은색과 황토색으로 물들어 있으며, 곳곳에 끓어오르는 진흙탕과 온천수가 흐르는 작은 개울이 보인다. 이곳의 풍경은 마치 지옥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며, 자연의 원시적인 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옛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지옥의 입구로 여겨져 악령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고쿠다니는 오랜 세월 동안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독특한 경관과 온천 자원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모하였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지고쿠다니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오유누마(大湯沼)는 거대한 온천 호수로, 수면 위로 끊임없이 증기가 피어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의 온천수는 피부 미용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온천욕을 즐긴다.
또한, 지고쿠다니 주변에는 다양한 온천 시설과 료칸(일본 전통 여관)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감상한 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특히, 노보리베츠 온천 마을은 일본 3대 온천지 중 하나로 손꼽히며,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계절에 따라 지고쿠다니의 풍경은 다채롭게 변한다. 봄에는 신록이 우거지고, 여름에는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붉은 땅이 인상적이다. 가을에는 단풍이 계곡을 물들이며, 겨울에는 눈 덮인 풍경 속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지고쿠다니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마지막으로, 지고쿠다니를 방문할 때는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계곡의 생태계를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지정된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후세에도 이 아름다운 자연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고쿠다니는 그 이름처럼 지옥의 모습을 닮았지만, 그 안에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겸손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그 신비로움에 감탄하며, 마음의 안식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