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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역의 소란을 벗어나, 게이오 이노카시라선과 JR선을 잇는 연결 통로에 발을 들이면,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벽화가 나타난다. 그것이 오카모토 타로의 걸작 ‘내일의 신화’이다. 높이 5.5미터, 너비 30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은 마치 시공을 초월한 에너지의 급류가 벽면에서 넘쳐흐르는 듯하다.
벽화의 중심에는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순간이 그려져 있다. 불꽃과 충격파가 소용돌이치고, 인체가 골격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일어서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는 1954년 비키니 환초에서 실시된 수소폭탄 실험과, 그로 인해 피폭된 제5후쿠류마루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오카모토 타로는 이 참극을 단순한 비극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불굴의 정신과 재생의 힘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벽화는 원래 멕시코의 호텔 ‘오텔 데 멕시코’ 로비에 설치될 예정이었고, 1968년부터 제작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호텔의 경영 악화로 공사는 중단되었고, 작품도 행방불명이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2003년에 멕시코시티 교외의 자재 창고에서 발견되어, 복원 작업을 거쳐 2008년에 현재의 시부야역에 영구 설치되었다. (shibukei.com)
설치 후 15년이 지난 2023년, 벽화의 균열과 오염이 두드러지기 시작해, 대규모 복원 작업이 시작되었다. 복원가 요시무라 에미루 씨를 중심으로 오염 제거와 균열 보수, 색채 재현 등이 이루어지며, 작품의 보존과 계승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www3.nhk.or.jp)
시부야의 소란 속에서 이 벽화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웅장한 규모와 깊은 메시지에 마음을 울린다. 오카모토 타로가 담아낸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재생의 힘’이라는 주제는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곳에서 ‘내일의 신화’와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과거의 비극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