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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가하라 수해의 동쪽 끝, 고요함에 둘러싸인 숲 깊은 곳에 조용히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나루사와 빙혈이다. 지금으로부터 1150년 이상 전, 조간 6년(864년)에 후지산의 측화산인 나가오산의 분화로 인해 생겨난 이 동굴은, 용암류가 식어 굳어지는 과정에서 내부의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공동이 된 것이다. 전체 길이는 153미터, 평균 기온은 3도로, 일 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동굴 입구에 발을 들이면,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찌른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좁은 통로를 지나면, 천장의 높이가 겨우 91센티미터인 용암 터널이 나타난다. 몸을 숙이고 조심스럽게 나아가면, 이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얼음 벽과 천연 고드름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세계다. 봄부터 초가을에 걸쳐서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얼어붙어, 지름 50센티미터, 높이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고드름이 보이기도 한다.
동굴 내부의 가장 깊은 곳에는 '지옥구멍'이라 불리는 깊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이 구멍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전설에 따르면 7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가나가와현 에노시마의 동굴까지 연결되어 있다고도 한다. 실제로 에노시마의 이와야에도 '나루사와 빙혈로 이어진다고 전해지는 구멍'이 존재하며, 양쪽 모두에서 이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동굴 안에는 흑룡신과 벤자이텐, 백룡신이 모셔져 있다. 흑룡신은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며, 벤자이텐과 백룡신은 에노시마 신사에서 분령된 것으로, 지옥구멍이 에노시마의 동굴까지 이어져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에도시대부터 다이쇼시대에 걸쳐 나루사와 빙혈은 천연 냉장고로 이용되어, 얼음 채취나 잠자리 알의 저장이 이루어졌다. 전쟁 중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입구 근처까지 얼음으로 메워졌으나, 전후에는 점령군에 의해 얼음을 잘라내도록 지시받아 댄스홀로 이용되었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지상의 소란을 떠나, 고요함과 냉기에 싸인 나루사와 빙혈의 깊은 곳으로 발을 들이면, 그곳에는 영원의 시간이 새겨진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고드름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 전설이 숨 쉬는 지옥구멍, 그리고 모셔진 신들의 존재가 방문하는 이들을 매료시키고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곳을 찾아 자연의 신비와 역사의 무게를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