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한 구석, 고요함에 감싸인 기타인 경내에 발을 들이면, 그곳에는 시간을 초월한 석불들이 서 있다. 오백나한이라 불리는 이 석상군은, 덴메이 2년(1782년)부터 분세이 8년(1825년)에 걸쳐 약 50년의 세월을 들여 건립되었다. 그 수는 무려 538체에 이른다. 각각이 서로 다른 표정과 자세를 지니고 있어, 마치 인간의 희로애락을 비추는 듯하다.
나한이란, 깨달음을 얻은 고승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곳에 늘어선 석불들은 엄격한 승려의 모습뿐만 아니라, 미소를 짓는 이, 깊은 사색에 잠긴 이, 동료와 담소를 나누는 이, 심지어 동물을 거느린 이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에는 화로에 물을 끓이는 모습이나, 비밀 이야기를 하듯 귀를 맞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석상들은 방문객에게 친근함과 따스함을 느끼게 하여,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 오백나한의 건립은 기타지마무라(현재의 가와고에시 기타지마)의 시세이라는 인물의 발원에 의한 것이다. 그의 사후, 그 뜻은 같은 문중의 승려들에게 이어졌고, 여러 곳에서 시주를 모아 완성에 이르렀다. 대좌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당시 사람들의 신앙심과 열정을 전해준다.
이곳에는, 한밤중에 나한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돌면, 하나만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있고, 그 얼굴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과 닮았다는 전설이 있다. 현재는 야간 출입이 제한되어 있지만, 이 전설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나한들에 대한 친근함을 더하고 있다.
오백나한의 석상군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한 구석에 빽빽이 늘어서 있다. 그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시공을 초월한 여행을 하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석불들의 표정과 몸짓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통하는 인간다움을 느끼게 하며,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준다.
기타인의 오백나한은 일본 3대 오백나한 중 하나로 꼽히며, 그 역사적 가치와 예술성의 높이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방문객은 석불들의 다양한 표정과 자세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곳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
가와고에의 거리 풍경을 걷고, 기타인 경내에 발을 들여, 오백나한과 마주하는 순간은 일상의 소란을 잊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석불들의 온화한 미소와 때로는 유머러스한 표정은 방문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깊은 평온을 가져다준다.
이곳을 찾아 오백나한과 대화함으로써, 스스로의 내면과 마주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선인들로부터의 조용한 메시지처럼, 우리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