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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북구의 한적한 거리, 금각사로 향하는 길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여름에는 푸른 잎이 우거지며,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고, 겨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금빛으로 빛나는 사찰이 눈앞에 나타난다.
금각사, 정식 명칭은 '로쿠온지(鹿苑寺)'로, 14세기 무로마치 시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足利義満)가 자신의 별장으로 지은 곳이다. 그는 이곳을 불교의 이상향인 극락정토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의 사후, 이 별장은 그의 법명인 '로쿠온인덴(鹿苑院殿)'에서 이름을 따와 로쿠온지로 개명되었다.
사찰의 중심에는 '샤리덴(舎利殿)', 즉 금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삼층 구조의 건물은 각 층마다 다른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1층은 헤이안 시대의 귀족 주택 양식인 '신덴즈쿠리(寝殿造)'를, 2층은 무사 주택 양식인 '부케즈쿠리(武家造)'를, 3층은 중국 당나라의 선종 불전 양식을 채택했다. 특히 2층과 3층은 순금 박으로 덮여 있어, 햇빛을 받으면 눈부시게 빛난다. 지붕 위에는 금빛 봉황이 우아하게 앉아 있다.
금각 앞에는 '쿄코치(鏡湖池)'라는 연못이 펼쳐져 있다. 이 연못은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비추며, 특히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금각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연못 주변에는 '학섬(鶴島)'과 '거북섬(亀島)' 등 작은 섬들이 배치되어 있어,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돋보인다.
사찰을 거닐다 보면, '류몬타키(龍門瀧)'라는 작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잉어 바위'가 놓여 있는데, 이는 잉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된다는 전설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출세와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유우카테이(夕佳亭)'라는 다실도 있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다도 명인 카나모리 소와(金森宗和)가 애용하던 곳으로, 석양에 비친 금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금각사는 여러 번의 재난을 겪었다. 특히 1950년, 한 젊은 승려의 방화로 샤리덴이 소실되는 비극이 있었다. 이 사건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소설 '금각사'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현재의 샤리덴은 1955년에 재건된 것이다.
금각사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사찰의 입장권은 독특하게도 부적 형태로 제공되며, 이는 방문객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각사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의 이상향을 담은 예술 작품이다. 그곳을 방문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