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도쿄의 번화한 신주쿠 한복판,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그곳에, 한적한 오아시스가 자리하고 있다. 신주쿠 교엔의 울창한 녹음 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 순간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건축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구 오량정(旧御凉亭)', 일명 '대만각(台湾阁)'이다.
이 정자는 1928년, 대만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장인들의 손에 의해 세워졌다. 그들은 대만의 전통 건축 양식을 도쿄 한복판에 재현하며, 고국의 향수를 담아냈다. 붉은 기와와 우아한 곡선의 지붕, 정교한 목조 장식들은 대만의 건축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정자에 발을 들이면, 사방으로 탁 트인 창문을 통해 신주쿠 교엔의 사계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분홍빛 물결을 이루고, 여름에는 푸르른 녹음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대만과 일본의 문화적 교류와 우정을 상징하는 장소로, 두 나라의 역사와 정서를 담고 있다. 정자에 앉아 있노라면, 과거 대만에서 건너온 장인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그들이 품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듯하다.
신주쿠의 번잡함 속에서 잠시 벗어나, 이 정자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사색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의 소음은 멀어지고, 마음은 평온해진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취와 역사적 깊이는,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