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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야마현 고야초 고야산 오쿠노인의 참도를 걷다 보면, 수백 년 된 삼나무 숲이 하늘을 뒤덮고, 정적과 신비로움이 감도는 공간이 펼쳐집니다. 돌로 포장된 길 양쪽에는 이끼가 낀 공양탑과 묘석이 무수히 늘어서 있으며, 그 수는 20만 기를 넘는다고 전해집니다. 이곳은 고보 대사 구카이가 입정한 성지로, 지금도 여전히 명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믿어집니다.
참도의 입구인 이치노하시를 건너면, 역사상 이름을 떨친 무장들의 공양탑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다케다 신겐, 우에스기 겐신, 다테 마사무네 등, 한때 전장에서 맞섰던 이들이 이곳에서는 적과 아군의 경계를 넘어 조용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는 진언밀교의 가르침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받아들이는 관용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참도를 따라가면, 다마가와 강가에 미즈무케 지조가 서 있습니다. 참배객들은 이 지장보살에게 물을 바치며, 조상과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예전에는 이 강에서 몸을 정결히 한 뒤 어묘로 향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어묘바시를 건너면, 그곳부터는 성역으로 여겨지며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다리를 건널 때는 한 번 인사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나아가는 것이 예의로 여겨집니다. 다리 너머에는 등롱당이 있어 무수한 등롱이 밝혀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등롱당의 안쪽에 고보 대사의 어묘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쿠노인에서는 고보 대사가 지금도 살아 있다고 믿어지며, 매일 두 번, 아침 6시와 10시 반에 ‘생신공’이라 불리는 식사가 올려집니다. 이것은 1200년 이상 이어진 의식으로, 공양소에서 준비된 식사가 어묘까지 운반됩니다. 이 의식은 고보 대사에 대한 깊은 신앙과 존경의 표현입니다.
오쿠노인의 참도를 걷는 것으로, 역사와 신앙이 숨 쉬는 이 땅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삼나무 숲 속, 정적에 싸인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안식과 기도의 장소를 제공하는 진정한 성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