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산 금강봉사

1200년 역사의 진언밀교 성지, 평온과 깨달음의 공간

About

와카야마현 이토군 고야초, 해발 약 800미터의 산정 분지에 자리한 금강봉사는 1200년의 세월을 넘어 진언밀교의 성지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습니다. 이곳은 고보 대사 구카이가 수행과 기도의 장소로 선택하여, 사가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곳입니다. 816년, 구카이는 이곳에 가람을 세우고, 진언밀교의 근본 도장으로서의 역사를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금강봉사라는 이름은 경전 '금강봉누각일체유가유기경'에서 유래하며, 구카이가 이 땅을 '금강봉사'라고 명명한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산 전체가 금강봉사로 불렸으나, 메이지 시대 이후 현재의 총본산으로서의 사찰 이름이 되었습니다.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문입니다. 주홍색으로 칠해진 웅장한 이 문은 1705년에 재건된 것으로, 좌우에 서 있는 금강역사상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 문을 지나면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고요함과 신성함에 둘러싸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더 안으로 들어가면 단상가람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고야산 신앙의 중심지로, 구카이가 가장 먼저 정비한 장소입니다. 근본대탑과 금당 등 중요한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고, 수행승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근본대탑은 진언밀교의 상징으로 세워진 다보탑으로, 그 높이는 53미터에 달합니다.

단상가람 한켠에는 '산코의 소나무'라 불리는 소나무가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구카이가 당나라에서 귀국할 때 진언밀교를 널리 알릴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산코쇠를 던졌는데, 이 소나무에 걸려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일화가 고야산 개창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금강봉사의 주전은 분큐 3년(1863년)에 재건된 서원식 건축으로, 동서 54미터, 남북 63미터의 넓이를 자랑합니다. 지붕은 편백나무 껍질로 이뤄져 있으며, 그 위에는 빗물통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화재 시 지붕에 물을 뿌려 연소를 막기 위한 장치로, 고야산이 화재와 싸워온 역사를 말해줍니다.

주전 내부에는 가노 모토노부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소나무와 군학의 장지화가 장식된 대광장, 가노 탄유의 작품으로 알려진 매화와 달, 흐르는 물의 장지화가 있는 매화의 방 등 볼거리가 풍부합니다. 또한 국내 최대급의 석정인 반류정은 백사와 바위로 거대한 용이 운해를 헤엄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그 웅장함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오쿠노인으로 이어지는 참도는 약 2킬로미터에 걸쳐 20만 기가 넘는 묘석과 기념비가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에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 역사상 유명한 무장들의 묘도 있어 전국시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쿠노인의 가장 깊은 곳에는 구카이가 입정한 어묘가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명상 중이라고 믿어집니다. 매일 아침 6시와 10시 30분에는 생신공이라 불리는 의식이 거행되어, 구카이에게 식사가 올려집니다.

고야산은 2004년 '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배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습니다. 이는 고야산이 일본 종교문화에서 담당해 온 오랜 역사적 역할과,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신앙의 장소로서의 가치가 높이 평가된 결과입니다.

방문하는 이들은 사계절의 자연미와, 역사와 신앙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마음의 평온과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고야산 금강봉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영원의 기도의 장소로서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