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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현 노코나미치의 노코기리야마, 그 남쪽 경사면에 펼쳐진 일본사 경내에 발을 들이면, 마치 시간이 조용히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다. 이곳은 신키 2년(725년), 쇼무 천황의 칙명을 받은 교기 보살에 의해 개창된 간토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칙원소이다. 경내는 약 10만 평에 이르며, 사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미와 역사적인 유산이 조화를 이루어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을 깊이 울린다.
참도를 따라 나아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이 31.05미터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마애불, 약사유리광여래상이다. 이 대불은 덴메이 3년(1783년)에 명공 오노 진고로 에이레이와 그 문하생 27명이 3년에 걸쳐 조각한 것으로, 쇼와 44년(1969년)에 복원되었다. 그 온화한 표정은 방문객의 마음 깊은 곳에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더 나아가면 백척관음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약 30미터의 이 관음상은 옛 석재 채석장 자리에 6년에 걸쳐 조각되어, 쇼와 41년(1966년)에 완성되었다. 항해, 항공, 육상 교통의 안전을 지키는 본존으로서 많은 이들의 신앙을 모으고 있다.
경내 깊숙한 곳에는 천오백 나한상이 점재하는 참도가 있다. 이 석불군은 1779년부터 21년에 걸쳐 오노 진고로와 그 문하생들이 조각한 것으로, 1553체의 나한상이 늘어선 광경은 압권이다. 각각 다른 표정을 가진 이 상들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비추는 듯하다.
산 정상 지역에 오르면 ‘지옥노조키’라 불리는 전망대가 있다. 돌출된 바위 끝에서 보소 반도와 멀리 후지산, 미우라 반도까지의 절경을 바라볼 수 있지만, 발밑을 내려다보면 단애 절벽이 펼쳐져 그 이름 그대로의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일본사 경내는 사계절의 꽃들이 색을 더한다. 초여름에는 약 2만 그루의 수국이 만개하여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또한 아브라기리의 하얀 꽃과 치자나무의 달콤한 향기가 경내를 감싸며,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조화를 느끼게 한다.
이곳을 방문하면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은 역사와 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일본사의 대불과 관음상, 나한상, 그리고 사계절의 풍경은 방문하는 이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평온을 선사하며,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