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카메아리의 거리 모퉁이를 걷다 보면, 고요함에 싸인 한 구석에 자리한 겐쇼지가 눈에 들어온다. '직지산'이라 불리는 이 조동종 사찰은, 겐나 6년(1620년)에 다이슈 슌쿄에 의해 창건되었고, 이후 에도 후카가와의 에이젠지(현 칸코지)를 개산한 세키분에 의해 중흥된 것으로 전해진다.
경내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종루를 둘러싼 십육나한상이다. 각각의 상은 서로 다른 표정과 자세로 방문객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이 나한상들은 깨달음을 얻은 이들의 모습을 나타내며,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경내 한쪽 구석에는 '무지나즈카'라고 새겨진 작은 무덤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메이지 초기, 조반선이 개통될 무렵, 기차의 운행 횟수가 늘어났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어느 날 기차에 치인 무지나(너구리와 비슷한 동물)가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그 무지나가 기차로 변신했던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가엾게 여긴 사람들이 이 무덤을 세워 무지나를 위령했다고 전해진다.
본당 앞에는 보경탑이 조용히 서 있다. 이 탑은 보경인다라니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불교의 깊은 신앙심이 느껴진다. 탑 주변에는 사계절 내내 꽃들이 만개하여, 방문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경내를 걷다 보면 한 마리 고양이가 발밑으로 다가온다. 그 온화한 눈빛을 마주하면 일상의 소란을 잊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는 마치 이 절의 수호신처럼 방문객을 다정하게 맞이해준다.
겐쇼지 주변에는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거리 풍경이 펼쳐져 있으며, 역사와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경관이 펼쳐진다. 절을 뒤로하고 다시 카메아리 거리를 걷다 보면, '겐에이이'라는 우물의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에도 시대, 탁한 물밖에 나오지 않던 카메아리에서 야마자키 겐에이라는 인물이 맑은 물이 나오는 우물을 발견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이 우물은 지역 주민들에게 소중한 수원지가 되었고, 지금도 그 역사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겐쇼지는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방문객에게 고요함과 안식을 준다. 도시의 소란을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이 절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