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통의 명물 소바집, 만세이

에도 시대의 정취와 전설이 살아 있는 분쿄구 노포 소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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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쿄구 가스가 2초메의 한 모퉁이, 덴쓰인 문 앞에 자리한 ‘이나리 소바 만세이’는 에도 시대 초기부터 4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 소바집이다. 이 가게의 역사는 덴쓰인에서 수행을 쌓은 승려 사와즈 타쿠조와의 깊은 인연으로 물들어 있다.

겐나 연간(1615년경), 사와즈 타쿠조는 덴쓰인에서 불교의 오의(깊은 이치)를 터득한 후,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그 후 그는 이나리 신으로 모셔지게 되었고, 사와즈 타쿠조 이나리가 세워졌다. 이 이나리 신은 사실 인간으로 변신해 수행을 쌓은 여우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사와즈 타쿠조가 수행 중 자주 찾았던 곳이 바로 이 ‘만세이’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역사의 무게가 느껴지는 분위기가 손님을 맞이한다. 벽에는 사와즈 타쿠조 이나리가 세워진 겐나 4년(1618년)의 기보슈(장식 구슬)가 걸려 있어, 시대를 초월한 신앙의 증거가 살아 숨 쉰다. 가게 안쪽에는 작은 사당이 있어, 그곳에 사와즈 타쿠조 이나리가 모셔져 있다. 매일, 처음 삶은 소바를 주칠한 상자에 담아 이나리 신에게 봉납하는 전통은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명물 ‘이나리 박스 소바’는 가늘게 뽑은 소바와 달콤하게 조린 유부가 특징이다. 주칠한 상자에 아름답게 담긴 소바는 에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일품이다. 소바 국물은 대대로 전해 내려온 비법의 맛으로, 다시의 향이 풍부하게 퍼진다. 곁들여진 유부는 달콤하고 짭짤하게 조려져, 소바와 함께 먹으면 절묘한 맛의 변화를 즐길 수 있다.

가게의 오카미(여주인)에 따르면, 사와즈 타쿠조가 방문한 날에는 가게가 크게 번창했고, 영업이 끝난 뒤 대금을 확인하면 나뭇잎이 섞여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지금도 민화나 역사를 사랑하는 손님들이 찾아와 농담 삼아 나뭇잎을 건네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일화들이 가게와 손님 사이에 따뜻한 유대를 키워주고 있다.

‘만세이’ 주변에는 덴쓰인이나 사와즈 타쿠조 이나리 등, 역사와 신앙이 살아 숨 쉬는 장소들이 곳곳에 있다. 소바를 맛본 후 이곳들을 둘러보면, 에도의 정취와 문화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00년의 세월을 넘어 전해지는 맛과 전통을, 꼭 한 번 만끽해 보길 바란다.